티스토리 뷰

반응형

원전의 수명

원자력발전소의 설계 수명이 40년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당장 구글에 '원전 수명'이라는 단어로 검색만 해봐도 원전 수명이 40년 이고 우리나라에 30년을 넘긴 원전이 많기 때문에 10년 이내에 폐쇄해야 한다는 기사들을 읽어 볼 수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원자력 발전소의 수명은 40년이 아닙니다. 40년은 그냥 원자력 법에 의해 보장된 운영일수에 불과합니다. 그러니까 법적으로 4년동안 운영을 허가해 준다라는 의미인 것이죠. 실제로 원전의 수명은 콘크리트와 노심의 물리적인 수명과 같을 것이고 그렇게 따지면 100년도 넘게 버틸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세계적으로 30년 이상 운영되는 원전이 60%

실제로 전 세계에 많은 원전들이 30년 이상 장기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같은 가압수로 원전인 스위스 베츠나우 원전 같은 경우에는 50년이 넘도록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

원전의 수명이 긴 이유

우리가 흔히 원자력 발전소의 수명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하는 원인은 원전을 마치 우리가 사용하는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처럼 계속해서 소모가 일어나고 언젠가 부품의 수명이 다 하면 교체해야하는 것으로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원전은 일반적인 건물이나 상업제품들과는 다릅니다.

 

원전에서 사용하는 부품들은 대부분 새것으로 교체 가능합니다. 그리고 원전을 운영하면 할 수록 원전에대한 노하우가 쌓이게 되어 오히려 사고 확률도 줄게되죠. 다시말해서 원자력 발전소는 세월이 지날수록 더 안전하고 선능 좋은 새 부품으로 교체하게 되고, 관리자들의 기술과 노하우가 업그레이드 되면서 수명과 안정성이 오히려 더 늘어나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원전들도 원전 운영 초기에는 여러고장들이 발견되다가 원전운영이 안정화된 이후에는 고장빈도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원전은 오래 가동할수록 오히려 안정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노후원전이라서 위험하다는 생각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원전 수명이 40년이 된 이유

그렇다면 왜 우리 원자력법에서는 원전의 운영기간을 40년으로 정해둔 것일까요? 그것은 우리의 원자력법이 미국의 원자력법을 가져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미국은 왜 40년의 기간을 정해둔 것일까요? 그것은 원전의 기술적인 수명과는 상관 없이 단일 사업자의 독과점 방지를 막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1980년대 말부터 발전소의 운전상태를 심사하여 20년의 추가 수명을 허가해 주는 방식으로 인허가 제도를 운영해 오고 있고, 1990년대 이후부터 건설되는 원전은 처음부터 60년의 수명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2000년대 초반 프랑스의 주기적 안전성 평가 제도를 반영하여, 건설 후 매 10년마다 원전의 주기적 안전성평가를 수행하여 원전의 안전성 여부를 확인하고 계속운전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되어있습니다.

원전의 사고 확률

원전의 수명이 어찌되었건 일단 원전 사고가 터지게 되면 파멸적인 재앙인 것은 틀림 없기 때문에 많은 분들에게 걱정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인터넷상에 돌아다니는 한 만화에서 전 세계 450개의 원전 중 6개가 사고가 났으니 원전 사고 확률이 1.33% 다 라는 식의 다소 어이없는 주장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당연히 원전의 사고 확률은 그렇게 계산될 수는 없습니다.

 

원전의 사고 확률을 계산할 때는 원전 부품에서 사고가 났던 통계, 원전 근로자에 의해 사고가 났던 통계, 안전 테스트 결과 고장났던 통계 등등 수많은 통계를 통해 사고 확률을 구하는 것입니다. 또 그 사고가 다른 사고로 이어질 확률도 그런식으로 구하게 되죠. 이런 복잡한 과정들을 거쳐서 가장 중요한 원자로의 노심 추정 사고 확률을 분석하게 됩니다. 이것을 노심손상빈도(Core Damage Frequency, CDF)라고 합니다.

 

신고리 1호기

전문가들이 계산한 우리나라 원전 신고리 1호기의 CDF는 5만년에 1회 입니다. 5만년에 1회 골로 노심손상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노심손상이 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방사능 유출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방사능 유출 여부에 대한 확률, 그리고 그 방사능에 따라 입을 수 있는 피해에 대한 확률을 계산하게 됩니다. 그러나 방사능이 유출될 확률은 거의 몇백, 몇천만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확률이라고 합니다.

 

이 확률 계산법은 상당히 정확해서 실제로 노심손상 사고 빈도를 상당히 잘 추측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440개의 원전이 2세대 원전이고 2세대 원전의 평균 노심손상빈도가 1만년에 한 번 꼴인데, 1만년을 원전 개수 440으로 나누면 22.7년이 되죠. 그리고 실제로 22.7년 주기로 노심손상 사고가 일어났었습니다.

 

지금 전 세계 원전은 훨씬 안전한 3세대 원전을 짓거나 혹은 부품교체를 통해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전 세계적인 원전의 평균 노심손상빈도는 10만년 한 번꼴로 줄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원전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으니 쉽게 계산이 안되지만 단순히 10배라고 생각해 보면 전 세계적으로 227년에 한 번 꼴로 노심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방사능 유출이 없는 노심 손상만을 고려해서 그렇습니다.

결론

물론 무조건 적인 낙관은 좋지 않겠죠. 지금과 같은 강력한 안전성을 갖춘 원전은 계속 걱정하고 우려했기 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원전에 대해 부정적이고 어두운 시선만을 가지는 것도 합리적인 생각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체에너지의 효율이 극악인 지금으로스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원전 밖에는 없습니다. 그리고 최신 기술들은 원전을 더 안전하고 깨끗한 발전소로 만들어주고 있지요. 원전에 대해 조금 더 합리적인 시선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반응형
댓글
반응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