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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으로>의 저자인 매리언 울프는 ‘읽는 뇌’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자입니다. 현재, UCLA 교육정보대학원에서 ‘난독증, 다양한 학습자 및 사회정의 센터’ -의 책임자로 있으며 뇌와 언어, 그리고 난독증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가 글을 읽을 때 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읽는 뇌’에 관심이 많았던 저자는 하루 6~7시간씩 디지털 매체에 빠져있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그 청소년들의 읽는 뇌는 어떻게 변화하는지 연구하기 시작했고, 많은 연구와 조사 끝에 디지털 기반의 문화가 우리의 읽기 능력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내용을 담은 책이 바로, <다시, 책으로>라는 책입니다.

 

이 책에는 우리가 글을 읽을 때 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부터 디지털 매체가 우리의 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릴 때부터 디지털 매체를 접해온 아이들에게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읽기는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디지털 매체는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책을 읽으며 다른 누군가의 생각과 느낌을 접하거나, 이해해본 적이 없다면 자신도 모르게 무지와 공포, 오해에 이를 수도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스탠퍼드 대학의 새라 콘래스 연구팀은 지난 20년간 젊은이들의 공감 능력이 40% 감소했다고 발표했다고 합니다. 특히, 지난 10년 사이에 두드러지게 감소했다고 하는데요 MIT의 셰리 터클 교수는 젊은이들의 공감 능력 감소는 젊은이들이 온라인 세상을 항해하느라 현실 속의 대면 관계를 희생시킨 것이 하나의 원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디지털 매체를 통해 많은 정보와 다양한 자극을 끊임없이 받으면서 한 가지 일에 주의를 집중하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고, 그로 인해, 예전보다 접하는 정보의 양은 많아졌지만 대부분 스쳐 지나가는 정보라 실질적으로 내게 남는 것은 없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하는데요. 저자는 어느 날 문득 자신도 디지털 문화 때문에 변한 것은 아닌지 궁금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자신의 어린 시절에 큰 영향을 준 책인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를 다시 읽어보는 실험을 합니다. 어린 시절 자신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책을 읽으며 실험을 한다고 생각하니 처음에는 정말 기뻤다고 합니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그 기쁜 마음은 모두 사라지고 맙니다. 자신 역시 디지털 문화의 영향으로 속도를 늦춰 책을 깊이 읽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저자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디지털 문화는 우리의 읽기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문화가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디지털 문화 속에 살면서 디지털 문화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제가 가장 안타까웠고, 많은 궁금증이 해소됐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요즘은 음식점이나 카페에 가보면 부모가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여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여주면 전혀 손이 가지 않을 만큼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성인조차 디지털 기기 때문에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는데 아직 뇌가 다 성장하지도 않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폰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 아이들에게는 과연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분명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짐작은 했지만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잘 몰랐었는데요 이번 <다시, 책으로>라는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에게 어떤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 세계 안에는 이미 너무도 거대하고, 다양하고, 자극적인 정보와 오락물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굳이 밖으로 나가 새로운 놀 거리를 찾을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항상 디지털 세계에서 남이 주는 정보만 받아들이다 보니 현실 세계의 경험은 줄어들게 되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생각해볼 기회는 사라지고, 또, 무언가를 끈기 있게 해낼 수 있는 인내력도 점점 잃어가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고,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여주는 일을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성인들도 마찬가지로, 이 책을 통해 자신이 디지털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과연 나는 깊이 읽는 행위를 통해 나만의 배경지식과 신념을 잘 쌓아나가고 있는지 자문해볼 기회를 가져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기가 말을 할 수 없다고 해서 언어를 처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생후 2개월 된 아기라고 하더라도 말을 들으면 성인과 동일한 언어 신경망이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아주 어렸을 때부터라도 아기에게 스마트폰을 쥐여주느냐, 책을 읽어주느냐에 따라 그 아이의 미래에 전혀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디지털 기기가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빼앗아간다고 하더라도 디지털 문화를 배척하고 종이책만 읽어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저자가 책에서 이야기했듯이 어릴 때는 종이책과 인쇄물 위주로 읽기를 가르치고, 일찍부터 디지털 학습과 스크린 읽기를 가르친다면 양쪽의 장점 모두를 취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됩니다.

 

이미 디지털 기기를 접한 아이들이나, 디지털 기기를 잘 사용하고 있는 성인들은 지금부터라도 종이책 읽기를 통해 배경지식을 쌓고, 자신만의 신념을 기르고,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을 기른다면 양쪽의 장점을 모두 가질 수 있는 현명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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