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친척지간인 햄버거와 육회, 햄버거의 역사

햄버거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샌드위치입니다. 샌드위치는 빵과 빵 사이에 고기와 야채같은 속을 끼워서 먹는 형태의 음식을 이야기 하죠. 그런데 사실 햄버거의 원형은 샌드위치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1. 타타르 스테이크

9세기 몽골고원에는 중국어로 ‘다다’(韃靼)라고 불리던 유목민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우리말로는 ‘달단’이라고 했는데요. 13세기에 다다는 칭기즈칸이라는 걸출한 지도자가 등장하며 급속도로 통일을 이루었고, 부족명과 나라 이름을 ‘몽골’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한 위대한 정복전쟁을 시작합니다. 동쪽으론 우리나라 남쪽으로는 중국을 집어 삼키고 서쪽으로는 중동을 넘어 러시아 그리고 폴란드와도 전쟁을 치렀죠.

 

유럽인들은 자신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이 무시무시한 동방의 이민족 전사들을 '타타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아마도 몽골을 지칭하는 '다다'를 유럽식으로 발음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거대한 정복전쟁 이후, 러시아는 13세기 중반부터 15세기 후반까지 몽골의 지배를 받게 됩니다. 이 무렵 러시아에서 타타르 스테이크라는 음식이 처음 등장합니다. 이름에서 유추 되는 것은 이것이 몽골 스타일의 스테이크 요리라는 것입니다. 타타르 스테이크는 소고기를 곱게 다져 날것 그대로 먹는 음식이었는데요. 한국의 육회와 비슷하죠? 실제로 우리나라의 육회도 몽골의 영향 아래 있던 고려시대에 등장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 타타르 스테이크와 우리의 육회는 서로 친척 관계인 셈이죠.

2. 햄버거의 탄생

17세기 독일의 함부르크는 러시아와 교역하는 주요 항구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타타르 스테이크를 비롯한 러시아의 문화들이 함부르크로 수출될 수 있었죠. 함부르크 사람들은 타타르 스테이크를 하크 스테이크(Hack Steak)라고 불렀습니다. 하크는 독일어로 다진 고기라는 뜻입니다. 다진 고기에 양파, 빵가루를 섞어 보다 부드럽게 만들었고, 이 음식을 불에다 구워서 먹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하크 스테이크는 19세기에 미국으로 전해집니다. 당시 미국은 세계적인 선진 공업국으로 떠오르고 있었을 때 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미국으로 이주하려는 유럽인들이 많았습니다. 

 

미국에 도착한 독일 이민자들은 하크 스테이크를 소개했고 미국인들은 이걸 '햄버그 스테이크'라고 부릅니다. 햄버그는 '함부르크'라는 뜻입니다. 햄버그가 아니라 '햄버거 스테이크'라고도 불렀는데요 햄버거는 '함부르크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19세기 말, 독일 이민자들은 고향에서 먹던 프랑크푸르트 특색의 소시지를 노점에서 팔곤 했습니다. 소시지를 구우면 너무 뜨거우니까 빵 사이에 끼워서 팔기도 했죠 오늘날 이 음식을 핫도그라고 부릅니다. 핫도그에서 소시지 대신 함부르크 특색의 스테이크를 끼워 넣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3. 적군의 음식에서 세계화의 상징으로

1917년 미국이 독일과의 전쟁을 결정하면서 미국 내에선 독일 문화를 배척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게 됩니다. 독일 도시 함부르크를 연상시키는 햄버거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햄버거는 잠시 이름을 바꿉니다. 햄버거라는 이름 대신에 미국의 건국정신인 '자유' 즉 '리버티'를 붙여 '리버티 샌드위치'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그러나 1918년 전쟁이 미국의 승리로 끝나고 독일에 대한 적대감이 해소되면서 햄버거라는 이름은 다시 쓰이기 시작합니다. 1921년에는 미국 최초의 패스트푸드 체인점 '화이트 캐슬'이 켄자스에서 문을 엽니다. 화이트 캐슬이 이룬 주요한 혁신은 햄버거 조리를 철저하게 분업화한 것이었습니다.

 

마치 자동차 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것처럼 생산 라인을 구축 누가 만들던 똑같은 햄버거를 만들 수 있도록 만든 것이죠. 주문 후 받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엄청나게 단축되었고 이것은 화이트캐슬의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결국 화이트캐슬의 성공은 수많은 추종자들을 탄생시켰습니다.

 

그중 가장 성공적인 것이 '맥도날드'였죠. 맥도날드는 미국 내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을 뿐 아니라 세계 전역에 진출하며 세계화의 상징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맥도날드는 전 세계 120여개국에 3만 5천 개가 넘는 지점을 둔 글로벌 기업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