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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어머니는 음식에 절대 MSG를 쓰지 않으십니다. 맛있는 식당에 가셔도 "이거 조미료 써서 맛있는거야~ 많이 먹으면 몸에 안좋아!" 하는 말씀을 하곤 하시죠. 어머니의 MSG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과연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걸까요? 아니면 그냥 미신에 불과할까요. 어머니께는 죄송하지만 결과적으로 MSG는 어머니의 생각만큼 나쁘지 않습니다. 

 

MSG에 대한 공포와 부정적인 시선을 가장 처음 촉발한 것은 로버트 호만 곽 박사입니다. 그넌 1968년 중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후 두통을 겪으며 몸이 안 좋아졌죠. 만약 보통 한국사람이 그런 경우를 겪으면 내가 체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먼저 할텐데 이 박사님은 자신의 증상을 중식당에서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진 MSG와 연관 시켰습니다. 그냥 직감일 뿐이었죠.

 

그의 개인적인 경험을 담은 기고문은 이후 40여년 동안 이어진 전 세계적인 MSG 혐오에 시발점이 되었으며 인류와 MSG의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럼 도대체 MSG는 무엇일까요? 이 마법의 백색가루는 어디에서 온 것이며,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졌길래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야 했을까요? 혹시 정말 몸에 나쁜 것은 아닐까요?

 

MSG는 두 가지 단순한 분자들의 혼합체입니다. 지난 수 천년간 우리의 식탁에 올라왔던 나트륨와 수 많은 식물성, 동물성 단백질에서 찾아볼 수 있는 흔해빠진 아미노산 글루타민산이에요. 뭔가 어려운 말이 나온 것 같죠? 그러나 나트륨은 그냥 소금의 다른 말일 뿐이고, 아미노산 글루타민산은 그냥 단백질의 일종으로 우리의 소화, 근육 기능, 그리고 면역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입니다.

 

사실 로버트 호만 박사가 처음 기고문을 썼을 때 쯤 벌써 글루타민산이 우리 뇌의 화학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양소라는게 밝혀진 이후였죠. 물론 우리의 몸은 스스로 글루타민산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긴 하지만 우리가 지난 수만년가 먹어오던 음식들에도 함유가 되어 있엇습니다. 토마토나 버섯이 듬뿍 들어간 진한 육수나 치즈에서 강한 풍미와 감칠맛을 느끼게 하던 바로 그 물질이죠.

 

일본의 화학자인 이케타 키쿠나에 박사는 역사상 처음으로 이 강한 풍미와 감칠맛을 느끼게 해 주는 물질을 분리합니다. 그게 바로 MSG 라는 것은 말 하지 않아도 알겠죠. 1908년 이었습니다. 그는 이 맛을 '우마미'라고 이름붙였습니다. 이 우마미는 이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5가지 기본 맛  중에 하나로 분류되고 있죠.

 

이케타 키쿠나에 박사는 일본인들이 많이 먹던 국물 속에 이 우마미가 많이 들어있다는 사실에서 착안해서 국물에서 글루타민산을 분리 한 후 이를 나트륨과 섞어서 우마미를 증진시키는 조미료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 처럼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1930년대 MSG는 대부분 아시아 국가 주방의 기본 식료품으로 자리를 잡았고, 20세기 중반에는 전 세계의 상업 식품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아마 연배가 조금 있으신 분들은 주방에 소금, 설탕 통 옆에 있던 미원통을 기억하고 계실 것 같아요.

 

그렇게 전세계의 식탁을 순식간에 장악한 MSG가 몸에 나쁠 수 있다는 로버트 호만 곽 박사의 기고문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많은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죠. 하지만 이 때는 이 물질에 대한 그 어떤 과학적 조사도 제대로 이루어 진 적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기고문의 제목인 '중국 음식 증후군'이라는 문장에 사로잡혀 버렸죠.

 

사실 이런 반응은 일종의 인종적인 편견에서 기인했을 수도 있습니다. MSG는 아시아인이 만든 제품이고, 또 아시아인들이 주로 쓰는 재료였으니까요. 이렇게 인종적으로 편향된 저널리즘은 사람들에게 MSG에 대한 공포를 불어넣었고 곧장 이공포는 전 세계로 확장되기 시작합니다. 1960년대나 70년대에는 심지어 과학자나 의사들 조차도 MSG의 위험성을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많은 과학자들과 연구자들은 MSG에 대한 많은 연구를 진행했고 MSG가 몸에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나트륨이나 지방보다 더 건강한 대체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있죠. MSG를 많이 섭취하는 아시아인들이 오히려 더 장수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 만으로도 MSG에 대한 안정성 논란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로저 삼촌의 명언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If you sad in life, use MSG. If you happy in life, use MSG."
- Uncle Ro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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