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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종영한 개그콘서트의 어르신이라는 코너에는 개그맨 김대희씨가 분한 소고기 형님이라는 캐릭터가 나옵니다. 마을에서 가장 큰 어르신인 소고기 형님은 큰 꿈을 가지고 마을을 떠나 도시로 가려는 청년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돈 많이 벌면 뭐하겠노~ 소고기 사묵겠지~
소고기 사묵으면 뭐하겠노~ 힘나서 일 열심히 하겠지~ 
일 열심히 하면 뭐하겠노~ 돈 많이 벌겠지~

 

그저 꽁트속에서 웃음 유발하기 위한 대사에 불과하지만 이 대사는 우리 사회에서 소고기가 가지는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돈 많이 벌고 성공한 사람들이 먹는 고기. 먹으면 힘이 나서 일을 열심히 할 수 있게 만드는 고기.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소고기 스테이크를 썰어 먹는 것은 한참동안 성공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왠지 좋은일이 있을때나 뭔가 기념해야 하는 날, 뭔가 근사한 것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는 날 소고기를 먹으러 가죠. 

 

우리는 언제부터 소고기를 성공의 상징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우리는 왜 이렇게 스테이크를 좋아하는 것일까요?

힘의상징

소는 역사속에서 늘 힘의 상징이었습니다. 선사시대에도 역시 그랬죠. 소의 조상격인 오록스는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동물이었죠. 원시 사냥꾼들에게도 오록스는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오록스를 잡는다는건 최고의 사냥꾼이라는 증거나 다름 없었죠. 오록스의 모습은 이 시대 사람들이 남긴 동굴벽화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고대인들에게도 소는 역시 힘의 상징이었습니다. 메소포타미안들에게 소는 남성성과 힘, 리더쉽을 상징하는 존재였고, 이집트 인들은 파라오를 신성한 수소라고 여겼다고 합니다. 또 아피스라는 황소 신을 섬기기도 했죠. 

 

영어의 첫번째 알파벳 A는 뿔이 달린 소의 모양을 거꾸로 뒤집은 모양이라고 합니다. 수많은 문자들 중 가장 첫번째 문자를 소의 형상으로 삼았다는 것은 고대인들에게 소가 어떤 존재였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월스트리트를 상징하는 돌진하는 황소상

힘의 상징으로서 소의 모습은 현대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대 금융시장에서도 상승장을 황소로 표현하죠. 그래서 흔히 상승장을 불(bull)장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월스트리트 한 복판에는 돌진하는 황소 동상이 자리잡고 있기도 하죠.

금기의 음식 소고기

가축화 된 소는 인류에게 조금 특별한 존재가 됩니다. 소의 강한 힘을 이용해서 농사를 짓게 된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농사를 돕는 소를 먹는 다는 것은 상당히 오랫동안 금기로 여겨져 왔습니다.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소를 먹는 것을 금지한 나라들도 있죠. 실제로 조선시대에는 우금령을 내려 소 도축을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고기는 선망의 음식이 되어 갔습니다. 여간해서는 쉽게 먹어볼 수 없었기 때문이죠. 소고기가 먹고싶다고 키우는 소를 죽이면 당장 내일부터 농사를 지을 수 없고 그렇다고 사먹자니 시장에 공급이 많지 않은 소고기는 너무나 비쌌습니다. 그래서 소고기는 아주 오랫동안 상류층의 음식으로 남게 되죠.

 

그렇게 귀한 소고기를 가장 처음 마음껏 먹을 수 있었던 건 영국인 들이었습니다. 18세기 영국에서 산업 혁명이 일어나며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기계들이 사람 대신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엄청남 부가 영국으로 몰려 들었고 먹고 살 만 해진 사람들은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선망의 음식이엇던 소고기 스테이크를 썰기 시작합니다.

선망의 전염성

소고기 형님의 말씀처럼 소고기를 묵은 영국인들은 소처럼 열심히 일하며 전 세계를 점령합니다. 어쩌면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원동력은 남들보다 일찍 먹기 시작한 소고기 였을 지도 모릅니다.

 

선망의 음식 스테이크

그렇게 생각하면 이제 소고기를 챙겨 먹어야 하는 나라는 미국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19세기가 되면 미국인들도 스테이크를 열심히 썰어먹기 시작합니다. 영국에 수출하기 위해 키우던 소고기를 자기들도 먹기 시작한 것이죠. 수출전 전국의 소고기가 다 모이던 뉴욕에는 유명한 스테이크 가게들이 줄이어서 등장하게 됩니다. 이렇게 미국도 소고기를 먹으며 다음 시대의 영국이 될 준비를 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리고 모두가 아는 것처럼 미국은 압도적인 생산량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를 집어 삼켜 버렸습니다. 미국은 순식간에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되었죠. 미제 공산품들과 미국 문화가 전 세계를 점령했고 우리는 미국인들이 선망하는 것을 함께 선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소고기 스테이크죠.

 

그리하여 우리가 오늘날 뭔가 근사한 것을 먹어야 할 일이 있을 때 소고기 스테이크를 썰러 가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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