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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고기는 무엇일까요? 역시 치느님? 좋은날 먹는 소고기? 아니면 소주의 동반자 돼지고기? 정답은 바로 돼지고기 입니다. 2018년 1인당 육류 소비량을 조사해 보니 돼지고기가 닭고기, 소고기를 제치고 1위에 등극했습니다. 가히 돼지고기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고기라고 할 만 하죠.
돼지고기 중에서 특히 좋아하는 부위는 두말할 것도 없이 삼겹살입니다. 삼겹살은 돼지의 뱃살 부위이죠. 영어로 Pork Belly 라고 부르는 바로 그 부위입니다. 이 부위는 비계와 살코기 부분이 겹겹히 층을 이루고 있어 삼겹살 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죠.
그런데 도대체 한국인들은 언제부터 이렇게 삼겹살을 좋아하게 된 것일까요? 그리고 왜 이렇게 삼겹살을 좋아하게 된 것일까요?
조선시대의 돼지고기
지금은 이렇게 돼지고기 러버가 된 우리들이지만 조선시대 우리의 조상님들은 돼지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명나라에서 조선 사신을 접대할 때, 조선인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으니 소고기와 양고기를 대접하라고 했던 기록이 있을 정도로 돼지고기를 즐겨 드시지 않으셨다고 해요.
우리 우리 조상님들은 돼지고기를 멀리 했을까요? 사실 고대의 한국인들은 돼지고기를 곧잘 먹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맥적이 대표적인 돼지고기 음식인데요. 돼지고기를 간장이나 된장에 재운뒤 숯불에 구워 먹는 음식이었죠.
그런다 4세기 전후로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해지면서 조상님들의 육식문화가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아시다시피 불교에서는 살생을 금지합니다. 불교에 심취하게된 조상님들은 동물을 죽이는 것을 점차 꺼리게 되었고 그 결과 육식문화는 서서히 쇠퇴하게 됩니다. 도축 기술이나, 요리 기술 역시 점차 수준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겠죠.
그런데 왜 다른 가축들 보다 돼지를 덜 먹게 된 것일까요? 생각해 보면 간단합니다. 돼지는 잡아먹지 않으면 쓸모가 없는 가축입니다. 말은 전쟁에 필요했고, 소는 농사를 할 때 필요했습니다. 그저 먹기위해서라면 닭을 기르는 것이 더 경제적이죠. 돼지는 닭보다 사료를 훨씬 많이 먹으니까요.
아마도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조상님들은 돼지고기를 잘 드시지 않으셨던 걸로 추측 됩니다.
육식의 부활
우리나라의 육식문화가 다시 부활하게 되는 것은 13세기 무렵입니다. 이때는 원나라의 간섭을 받던 원 간섭기였죠. 원나라는 유목민족은 몽골 민족의 나라였고, 몽골인들은 육식을 즐기는 민족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양고기를 꼬치에 끼워 숯불에 구워먹는 슈슐륵(Şışlıq) 이라는 음식도 있었죠. 꼬치구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이 음식과 비슷한 음식이 우리나라에도 등장합니다. 설하멱이라고 하는데요. 양념에 재운 소고기를 대나무 꼬치에 꿰어서 숯불에 구워 먹는 요리입니다. 눈 오는 날 먹었다고 해서 설하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이 설하멱은 조선시대에 접어들어서 꼬치에 끼우는 대신 석쇠에 굽는 형태로 변화하게 됩니다. 이 음식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너비아니입니다. 너비아니는 고기를 넓게 저몄다 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너비아니의 등장으로 인해 지금까지 우리나라 사람이 고기를 먹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인 숯불 구이가 우리나라에 정착하게 됩니다.
몽골이 전해준 것은 육식문화 뿐이 아니었습니다. 먼 미래 삼겹살의 친구가 되는 소주 역시 몽골로부터 전해 받은 것이죠. 소주의 소(燒)는 ‘불태우다’라는 뜻인데요. 쌀을 발효시켜 만든 곡주에 열을 가해 만든 증류주라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죠. 증류주 제조법은 중동에서 처음 개발되었는데, 중동을 점령한 몽골인에 의해 한반도로 전해졌습니다. 오늘날 안동과 제주의 소주가 유명한 것도 몽골군의 주둔지였던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삼겹살의 탄생
그러나 몽골로 인해 육식이 부활했다고 해도, 13세기에 육식문화가 부활했어도 돼지고기는 여전히 천대받는 음식이었습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소고기를 가장 좋아하셨고 그 외에 고기는 소고기를 대체하는 대체품 정도의 취급을 했죠.
그래서 돼지고기를 본격적으로 먹게되는 20세기 초반이나 되어야 삼겹살이라는 이름이 발견 됩니다. 조선시대에는 그냥 갈비라고만 불렀지 이 부위를 지칭하는 특별한 이름이 없었어요.
1930년대 출간된 『조선요리제법』이라는 요리책에 세겹살이라는 이름이 나오죠 삼겹살의 원래 이름입니다. 삼겹살이 세겹살을 밀어내고 보편적으로 쓰이는 이름이 된 건 1980년대부터였습니다.
197,80년대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엄청난 경제 성장의 시기였죠. 산업화는 고기소비의 촉진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고기는 소고기였기 때문에 소고기 수요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소고기값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어 올랐습니다.
정부는 소고기에 대한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돼지고기를 대체재로 사용했습니다. 1970년대 중반에는 돼지고기의 일본 수출을 금지하기 까지 하며 국내에 상당한 물량을 공급하기도 했죠. 그 결과 돼지고기는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에 공급될 수 있었습니다. 덕분이 돼지고기 소비가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되죠.
가격이 저렴하고 맛있는 삼겹살은 주머니가 가벼운 직장인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거기에 저렴하면서 빨리 취할 수 있는 독한 소주는 찰떡궁합을 자랑했죠.
1990년대 부터는 삼겹살 전문점이 증가하기 시작합니다. IMF 이후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 때문에 삼겹살의 인기가 치솟아 올랐던 것입니다. 이 즈음에 유행한 것이 대패삼겹살 이었는데요. 대패 삼겹살은 대패로 썬 것 처럼 얇게 썬 삼겹살을 지칭하는 단어 였습니다. 대패삼겹살은 저렴한 가격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게 되죠.
이후 경제 사정이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삼겹살 전문점은 고급화를 시도하기 시작합니다. 두툼하게 썰어 낸 생 삼겹살 부터, 허브 삼겹살, 녹차 삼겹살, 와인 삼겹살 등등 고급화한 삼겹살이 전국적인 유행을 탔습니다. 차별화를 위해 직원들이 고기를 구워주거나 명이나물, 멜젖등 차별화된 반찬이나 소스를 내세우는 곳들도 등장 했죠.
결론
알고보면 삼겹살이 우리와 함께 한 세월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동안 한국인은 삼겹살을 완전히 한식문화의 한 종류로 편입시켰죠.
지금은 삼겹살 문화는 누가 뭐래도 한국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외국의 한식당에서도 삼겹살 구이를 제공하는 곳들이 많이 있죠.
삼겹살, 우리의 현대사와 함께 등장해서 세월을 함께 견뎌온 음식이기에 한국인의 소울푸드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음식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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