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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의 아름다운 여성의 이름은 크리스틴 킬러, 영국 출생의 누드모델이자 매춘부였습니다. 그녀가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 것은 프로퓨모 스캔들 이라고 불리는 사건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인데요. 프로퓨모 사건은 1962년 당시 영국의 해럴드 맥밀런 정권의 국방장관 이었던 존프로퓨모가 위 사진의 크리스틴 킬러와 불륜을 저지르며 국가 기밀을 누설했다고 의심받은 사건 입니다.
단순히 매춘부와 내연관계에 있었을 뿐인데도 스파이라고 의심을 받은 이유는 크리스틴 킬러가 러시아의 해군무관인 유진 이바노프와도 연인 사이였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국방부 장관이 북한이 파견한 여성 스파이의 미인계에 걸려들어 불륜을 저지르고 그 과정에서 국가 기밀이 유출된 상황인거죠. 그러데 심지어 그 정권이 안보를 중요시 하는 보수당 정권이었다면, 뭐 거의 끝장난거나 다름없겠죠.
게다가 당시 영국의 보수당은 이렇다할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실각한 지 10년이 다 되어 가는 처칠의 명성을 팔아서 정권을 연명하던 수준이었어요. 그런데 애초에 처칠이 누구입니까? 국가 안보를 대단히 중요시 여긴 인물이잖아요? 그런데 처칠팔이를 하던 정부의 국방부 장관이 소련 스파이에게 기밀을 넘겼다는데 이걸 국민들이 그냥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요? 그렇게 빨갱이 때려 잡자고 난리를 치던 보수당 정권이 알고보니 빨갱이랑 붙어먹은 매국노 들이었다는 거잖아요? 게다가 존 프로퓨모는 차기 수상 후보로 까지 거론되던 거물이었어요. 이건 뭐 당이 절단 난거죠.
결국 정권은 노동당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렇게 설립된 윌슨 내각은 거의 수십년은 지속될 분위기 였습니다. 실제로도 윌슨은 1964~1970 , 1974~1976년까지 장기간 집권을 성공하기도 했고요. 물론 중간에 에드워드 히스에게 정권을 내어주긴 했지만요. 이런 상황에서 등장해서 다시 보수당을 노동당의 대안으로 만든 것이 키스 조셉입니다.
키스 조셉은 보수당의 이념에 신자유주의를 전면으로 내세웠습니다. 신자유주의가 통할 수 있었던 것은 스태그 플레이션 때문입니다. 스태그 플레이션은 실업률은 오르는데 인플레도 함께 오는 답이 없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경제학에서 상당히 드문 현상으로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곡선은 반대로 움직이는 것이 정석입니다. 그러나 이 당시 오일쇼크가 발생하면서 유가가 뛰어 오르자,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까지 뛰어오르는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 당시 주요 국가들의 물가 상승률보면 20% 넘나드는 곳들이 부지기수고 심지어 한해동안 27%가 오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월급은 1%도 오르지 않으니 얼마나 살기 힘들었겠어요? 그야말로 아비규환, 오일쇼크에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해 정권이 바뀐 나라도 심심치 않게 있었을 정도였죠.
이런 상황에서 신자유주의는 인플레이션의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재정긴축, 통화긴축, 총공급곡선의 증가 등 대부분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주는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스태그 플레이션으로 나라 경제가 개판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차차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유명한 마가렛 대처를 비롯해 여러 보수당 의원들이 키스 조셉에게 힘을 실어 주면서 키스 조셉은 당대표는 물론 총리 자리까지 넘볼수 있는 위치에 오르게 됩니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키스 조셉은 총리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고 그 자리는 이념적 동지이자 후계자였던 마가렛 대처에게 돌아갑니다.
그가 실각하게 된 이유는 1974년 공식석상에서의 발언 때문입니다. 그 발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The balance of our population, our human stock is threatened. A recent article in Poverty, published by the Child Poverty Action Group, showed that a high and rising proportion of children are being born to mothers least fitted to bring children into the world and to bring them up. They are born to mothers who were first pregnant in adolescence in socio-economic classes IV and V.
우리 인구의 균형, 우리의 인적 자원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아동 빈곤 행동 그룹(Child Poverty Action Group)이 발행한 빈곤에 관한 최근 기사에 따르면, 아동을 세상에 데려오고 양육하기에 가장 적합하지 않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나는 아동의 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사회 경제적 계층 IV 및 V(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의미한다.)에서 청소년기에 첫 임신을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납니다.
즉, 가난한 사람들은 애를 키우기에 적합하지 않으니 애를 낳는게 잘못되었다는 뉘앙스의 연설을 해버린 겁니다. 물론 부적절한 가정에서 태어나는 자식의 삶이 불행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있는 사실입니다. 또 준비가 되지 않은 부모가 자식을 낳으면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 역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러나 이런 발언은 21세기에 한다고 해도 도덕적인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발언입니다. 사실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나 할 법한 발언이죠. 1974년의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한 도덕적 관념이 강하게 남아잇던 영국 국민들에게는 용납하기 힘든 발언이었을 겁니다. 결국 그는 이 발언으로 인해 그는 보수당 내에서 리더쉽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결국 보수당의 당대표 자리는 마거렛 대처에게 돌아갑니다. 그리고 알다시피 대처는 영국의 총리가 되죠. 키스 조셉은 대처 정권 아래에서 산업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역임하는데서 만족해야 했습니다. 물론 장관 자리만 해도 대단한 성공을 거둔 셈 이긴 하지만 총리를 노려 볼 수 있었던 키스 조셉으로서는 아쉬울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군대에서 휴가 나가기 전에 듣는 말 중에, 남자는 세끝을 조심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는데 공교롭게도 오늘 포스팅에 등장한 두 남자 정치인이 각각 하나의 끝을 잘 못 놀려서 스스로의 정치 커리어를 망쳐 버린 것이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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