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UN에 가입되어 있는 193개국 중 여전히 군주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몇 군데나 될까요? 44개국입니다. 아마도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보다 꽤 많을 겁니다. 정식 국가로 인정받는 나라들 중에 20% 이상의 국가들에서 여전히 왕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를 더 놀랍게 하는 것은 유럽입니다.
유럽의 입헌군주제 국가들
민주주의의 발상지이자 가장 처음 민주 국가가 성립한 이후 민주주의 상징같은 존재가 된 곳이 유럽인데요. 그럼에도 아직 자식에게 그 지위를 세습하는 왕이 존재하는 나라라 10개국이나 있습니다.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모나코, 리히텐슈타인이 그 나라들입니다.
물론 왕이 절대 권력을 누리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오만같은 중동 국가들과는 달리 유럽의 군주제는 소위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입헌군주제입니다. 하지만 알고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유럽의 군주들은 여전히 엄청난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령 영국의 경우 왕은 의회가 입법한 법안을 재가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불기소권과 사면권을 가지고 행사할 수 있습니다. 모든 영국법은 국왕의 이름으로 행사되기 때문에 국왕은 영국 법의 심판도 받지 않습니다. 작위를 수여할 수 있고 성직자를 임명할 수 있으며, 군대를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에 전쟁선포도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템즈강의 백조 소유권 같은 어처구니 없는 것들 까지 일일히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의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벨기에의 왕도 비슷합니다. 의회가 입법한 법안을 거부할 수 있고, 정부 각료들의 임명 권한 역시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총리도 임명에 거부할 수 있습니다. 리히텐슈타인의 왕은 벨기에 왕보다 더 합니다. 더 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도 왕이 권한을 행사하는 중이죠.
입헌군주제를 유지하는 나라들은 대부분 의원내각제를 채택중입니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의 권위와 군주의 권위가 부딪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서죠. 어찌 됐든 입헌군주제를 유지하는 나라들은 왕실 유지를 위해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영국만 해도 매년 1400억원 정도가 영국 왕실에 지출된다고 하니 만만치 않은 비용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국민들이 생각하기에는 군주제는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는 민주정의 기본 원칙을 어기는 제도입니다. 그래서 군주제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신분에 따른 차별과 특권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우리나라 국민들도 대부분 이 이야기에 동의 하겠죠? 실제로 조선왕조를 복원하고 왕족들에게 특권을 준다고 하면 거기에 동의할 우리나라 국민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입헌군주제를 유지하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 입헌군주제의 지지율이 정말 높습니다. 가장 인기가 없는 스페인에서 조차 스페인 왕실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37% 정도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죠. 도대체 유럽인들은 이 구시대의 유물같아 보이는데다 돈도 많이 드는 왕실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는 이유가 뭘까요?
첫번째 이유는 왕실이 존재함으로서 얻는 이익이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경우 왕실 유지에 매년 1400억원 이상 쓰고 있지만, 영국 왕실로 인한 경제적 소득이 훨씬 크다고 합니다. 실제로 영국의 왕족들은 헐리웃 유명배우들 이상의 관심을 받습니다. 지구 반대편에 살고있는 우리가 영국 왕과 왕자들의 이름을 알고있고 심지어 왕세자비가 누가 되느냐 하는 것까지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말 다했죠. 특히 왕자들이 결혼할 때 마다 벌이는 세기의 결혼식은 전 세계 매스컴을 통해 중계되며 영국은 막대한 경제 특수를 누리게 됩니다. 또 왕실을 유지함으로서 생기는 관광수익도 상당하죠. 버킹검이나 윈저궁전의 근위병 교대식 같은 것을 떠올려 보세요.
두번째 이유는 역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각국의 왕실이 국민들로부터 존중받을 만 한 역사적 정당성을 가졌다는 것이죠. 전세계에 걸친 제국을 건설한 영국 왕실, 독일 나치에 저항한 룩셈부르그 왕실, 군부에 저항해 민주주의를 지킨 스페인 왕실 등 모두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이유가 충분 합니다. 또 왕실은 다양한 민족구성과 언어를 쓰는 국민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상징으로서의 역할도 하게 됩니다.
세번째 이유는 사실 군주들은 대부분 명예직이라는 것입니다. 법률상 그들의 권한은 막강하지만 그 권한을 휘두르는 순간 모든 것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군주들은 그 막강 권한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 처럼 현실 정치와 철저히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들은 철저한 명예직으로서 대내외적인 업무를 수행할 뿐 입니다.
이런 이유들로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는 아직도 입헌군주제가 시행중입니다. 입헌군주제가 시대에 뒤떨어진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군주제를 유지해야할 만한 경제적, 정치적 이유들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일에 대한 미신, 유라시아 철도의 환상 (0) | 2022.01.25 |
---|---|
일본 역사교과서와 한국 역사교과서의 의외의 현실 (1) | 2022.01.25 |
쿠바에서 의사보다 택시기사가 돈을 더 많이 버는 이유 (0) | 2022.01.24 |
프랑스의 제국주의는 끝나지 않았다 (0) | 2022.01.23 |
러시아 대통령 푸틴의 일생 (0) | 2022.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