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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베트남전, 미국은 상당히 골때리는 상황에 처해 있었습니다. 미국 본토에서는 전쟁물자를 미친듯이 찍어내는데 정작 전투가 일어나는 전선에서는 물자부족 현상을 겪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류의 문제였습니다. 베트남의 경우 1,100 km 에 이르는 해안선을 가진 국가였지만, 미군의 대형 수송선이 정박할 만 한 수심이 깊은 항구는 사이공항 밖에 없었습니다. 항구 하나로는 당연히 물량을 제대로 소화 할 수 없었습니다. 미국에서 미친듯이 찍어낸 전쟁물자를 수송선에 가득 실어나르더라도 수송선이 사이공항 앞에서 한 달씩 대기를 하고 있으니 전방에 있는 부대에 보급품이 부족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이 당시만 해도 부두의 하역이라는 것은 지금 택배 상하차 하듯이 인력이 투입되어서 군수품을 배에서 내리는 형태였기 때문에 배 한 척 비우는데도 엄청난 시간이 걸렸던 것입니다. 물론 거기서 다시 전투가 벌어지는 전방까지 차량으로 운송을 해야 했으니 그 시간도 고려해야겠죠.

컨테이너의 등장

군대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사로 나서는 건 항상 공병입니다. 미군 공병들이 찾은 해답은 "수송되는 모든 물자들은 같은 방식으로 포장해서 보내라" 였습니다. 여기서 같은 포장 방식이라는 것은 컨테이너를 의미합니다. 모든 물자를 통일된 컨테이너라는 형태로 포장하면 그만큼 하역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미군은 곧 민간에 입찰을 진행했고, 시랜드 서비스라는 회사가 낙찰을 받게 됩니다. 이 회사는 역사상 가장 처음 컨테이너를 해양 수송에 쓰기 시작한 회사입니다. 

 

그러나 아시다싶이 컨테이너는 너무나 무겁기 때문에 인력으로 내릴 수가 없습니다. 크레인고 같은 기계를 이용해서 컨테이너를 하역할 수 있는 전용 항구가 필요하게 되었죠. 미군은 컨테이너 전용 항만으로 캄란만을 찾아냈습니다. 캄란만은 동남아에서 가장 수심이 깊었습니다. 내항은 15m, 외항은 30m 이상 수심을 확보해서 항공모함까지 정박이 가능했죠.

 

게다가 기존의 사이공항보다는 전방에 가까워서 군수품 공급 시간을 훨씬 줄일 수 있었습니다. 캄란만을 컨테이너 항구로 개발한 뒤에 모든 물류 문제는 깔끔하게 해결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군수품을 가득 채워서 캄란만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수송선은 텅텅 빈채로 비싼 기름을 낭비하며 돌아와야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왕복 수송비를 미군이 지불하기는 했지만 시랜드서비스사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생기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일본의 경제 성장

역사상 이런 일이 있으면 가장 재빠르게 움직이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일본이죠. 일본은 고베와 요코하마를 컨테이너항으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할 물건을 실어보내겠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대신 운송비를 깎아 달라고 했죠. 시랜드 서비스는 당연히 수락했습니다. 어차피 빈배로 돌아가며 기름을 낭비하느니 물건을 싸게라도 싣고 가는게 나았던 거죠.

 

운송비를 절약해서 가격을 더 떨어트릴 수 있었던 덕분에 안그래도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일본 제품은 미국 시장에서 더욱 더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획득하게 됩니다. 이는 일본경제가 수출로 인해 급성장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부산항

니가 하면 우리도 한다. 한국도 재빠르게 부산에 컨테이너 항을 만듭니다. 1974년 이었죠. 비록 시작은 일본보다 늦었지만 부산항은 한국 입장에서는 신의 한 수라 할만한 결정이었습니다. 부산은 일본 항구에 비해 비교적 태풍, 지진등의 자연재해에서 안전했고, 고베나 요코하마항을 지나는 것 보다 부산항을 거쳐서 미국으로 가는것이 항로가 더 단축되어서 기름값을 아낄 수 있었기 때문에 일본의 항구에 비해 훨씬 경쟁력을 갖춘 항구로 성장할 수 있었죠.

 

부산항은 환적항으로 급성장해 세계 5위권의 환적항만으로 성장합니다. 일본은 30위권 밖으로 밀려나게 되었고요. 

 

그러나 부산항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경쟁하는 다른 항만에 비해 수심이 얕은 것이죠. 최근 국내외 조선소에서 만들어지는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들은 한 번에 20,000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을 정도로 대형화 되고 있습니다. 이런 배들은 무게 때문에 깊이 잠기게 되어서 안정적으로 정박 하려면 17m 정도 되는 깊은 수십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부산항은 15m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로테르담 항구는 23m, 싱가포르와 중국 닝보항은 18m, 상해는 17m 입니다. 이대로 가면 부산항의 경쟁력은 지속해서 떨어지게 될 겁니다. 그래서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수심을 17m로 준설하는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부산항이 미래에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심을 조금 더 확보 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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