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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에 대한 오해: 월세는 소득에 비례한다

최근 몇 년간은 막대한 유동성 공급이 빚어낸 자산가치 상승으로 국내 부동산 가격 역시 유래가 없는 수준으로 뛰어 올랐습니다. 이처럼 자고 일어나면 최고가가 갱신되는 대유동성의 시대에는 아마 월세 수입 따위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겠지만 유동성이 회수되고 부동산 시장의 안정기 혹은 하락기가 도랙하면 결국 투기심리는 가라앉고 자산의 펀더멘털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부동산의 펀더멘털은 결국 월세와 지가라고 할 수 있는데 매매가는 지가와 연동되기 때문에 가격이 더이상 상승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가 역시 상승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상승장이 멈춘 시점에서는 월세 가격이 유일한 펀더멘털의 지표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이 월세에 대한 개념이 조금 약합니다. 임대인은 매매가 상승에만 집중해 왔고 반대로 세입자는 전세라는 한국만의 특수한 제도에 힘입어 월세를 지불했던 적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소득이 증가하면 월세도 그에 비례해서 자연히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는 틀렸습니다. 월세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소득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은마아파트의 사례

1999년 서울 주요 아파트의 월세

제가 첨부한 위 이미지는 1999년 당시 매일경제 신문의 일부입니다. 기사에는 당시 아파트의 월세 시세표가 담겨 있습니다. 대부분의 아파트가 재건축 되었기 때문에 비교를 하기 위해서는 재건축 되고 있지 않고 남아있는 은마아파트를 기준으로 하겠습니다. 

 

1999년 당시 은마아파의 31평 월세는 보증금 3,000 만원에 월세 80만원으로 책정되어 있습니다. 물론 위 기사의 신뢰성이 100% 라고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주변의 어른들께 여쭤봐도 비슷한 대답을 하시는 걸로 봐서는 어느정도 믿을만 한 것 같습니다.

 

그럼 현재 은마아파트의 월세 시세는 어떻게 될까요?

 

현재 은마아파트의 월세 시세

현재 은마아파트의 동일 평형 월세는 보증금 4억원에 월세 80만원으로 책정되어 있습니다. 어떤가요 월세가 많이 올랐나요? 월세는 23년 전과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보증금이 오르지 않았냐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금리를 간과하신 겁니다. 

 

1999년의 금리는 8.85% 그리고 2022년 1월 현재의 금리는 1.80% 입니다. 23년 전에비해 금리가 7%나 떨어졌죠. 각각 보증금에 가각의 금리를 곱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999년 3,000 만원의 보증금에서 나오는 이자는 약 266만원이고, 2022년 4억원 보증금에서 나오는 이자는 720만원 입니다.

 

연간 총 월세는 둘 다 960만원이고 여기에 보증금에서 나온 연간 이자가 266만원, 720만원이 각각 더해지기 때문에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해 보면 1999년은 1,226만원, 2022년은 1,680만원이 됩니다. 다시말해 23년동안 월세의 차이는 연간 455만원, 월로 따지면 약 38만원의 차이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증가율로 보면 23년간 37% 증가한 셈이고, 연평균으로는 1.38%에 불과합니다. 

 

그럼 지난 23년간 소득은 얼마나 증가했을까요? 1999년의 1인당 가계가처분소득은 817만원 이었고, 2022년의 1인당 가계가처분소득은 2095만원 입니다. 23년간 증가한 가처분소득은 1,278만원이며 증가율로 보면 23년간 156%, 연평균으로는 4.18% 입니다. 월세는 소득을 전혀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감가상각

이런 결과가 나타나게된 이유는 건축물의 감각상각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철근콘크리트 건물의 감가상각을 40년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매매가 역시 감가상각의 영향을 받지만 토지가격 상승률이 감가상각률을 뛰어 넘었기 때문에 매매가는 꾸준히 상승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월세는 토지와는 관계가 없고 건축물 그 자체의 사용가치를 임차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감가상각을 그대로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월세 증가율은 소득증가율에서 건물의 감가상각률을 뺀 값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23년간 가처분 소득 증가율은 4.18% 였고 은마아파트의 월세 증가율은 1.38% 였으므로 이 두 값의 차이인 2.8%가 은마아파트의 감가상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앞서서 우리나라의 법률상 철근콘크리트건물의 감가상각은 40년이라고 했습니다. 이를 단순 계산해보면 매년 2.5% 정도의 감가상각이 발생한다는 것인데 우리가 계산한 은마아파트의 감가상각률 2.8%와 상당이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요약 하자면 가처분 소득이 증가하더라도 건축물 사용가치의 감소, 즉 감가상각이 만큼의 월세 상승률이 억제된다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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