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지폐의 가치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은 뒤 제가 소중하게 여기는 예쁜 편지지로 값을 치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무전취식으로 수갑을 차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만원짜리 지폐라면 사정이 다르겠죠. 만원짜리 지폐와 예쁜 편지지는 똑같은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것 같은데 왜 사람들은 지폐에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까요? 무엇이 지폐의 가치를 만드는 것일까요?

 

만원권 지폐, 예쁜 편지지와 달리 음식값을 지불할 수 있는 종이 조각이다.

지폐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조이 쪼가리에 불과합니다. 그 조그만 조이 조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종이접기 밖에 없죠. 편지지로 쓰기에는 이미 뭔가 잔뜩 그려져 있는데다 예쁜 모양도 아니에요.

 

심지이 이 종이조각을 그냥 버리거나 찢거나 불에 태우거나 복사하는 것 등등은 모두 불법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징역을 살게 될 수도 있죠. 정말 불편하기 짝이없는 물건입니다.

 

이따위 것이 왜 중요하게 여겨지는 거죠? 사실 우리는 답을 알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 만원짜리 지폐를 찍어내고 공식적인 화폐라고 인정했기 때문이죠. 다른 종이 조각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그것이 바로 지폐를 가치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중앙은행

하지만 이 지폐가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가령 만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 무엇을 살 수 있느냐 하는 것은 국가에서 지정해 주지 않았어요. 그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시중에 그 지폐가 얼마나 많이 유통되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사실 예전에 대부분의 화폐는 금이나 은 같은 가치있는 재화들과 연결되어 있고 그 유통량은 정부가 보유한 금과 은의 양에 달려 있었습니다. 금과 은 그 자체를 화폐로 쓰던 시절을 지나 금과 은을 대신할 수 있는 지폐라는 것을 만든 것이죠. 그래서 정부는 보유한 금과 은의 양 만큼만 화폐를 발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1971년 이 체계를 폐지하였습니다. 그래서 더이상 달러와 금을 일정 비율로 교환할 수 없게 되었어요. 이것을 불환 지폐 라고 합니다. 불환 지폐는 화폐를 찍어내는 양을 오직 정부 정책으로만 결정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금이나 은같은 외부 자원과는 연관시키지 않고요.

 

그렇다면 이 정책을 집행하는 정부기관은 어디일까요? 대통령이 정하는 걸까요? 아니면 국회의원? 혹은 판사들이 결정하나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이 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각 국가의 중앙은행이죠. 한국은 한국은행이 그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법적으로 중앙은행으 정치적인 영향에서 독립적일 수 있도록 정부기관의 통제를 받지 않습니다.

 

한국은행 본사 건물, 한국 원화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한국은행이다.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내는 곳이라면 한국은행은 왜 만원짜리를 계속 찍어내지 않은 것일까요? 이제 더이상 만원짜리를 금과 교환해 줘야 할 필요도 없잖아요. 그냥 돈을 많이 찍어내면 우리나라는 곧바로 부자 나라가 될텐데 말이죠.

 

당연하지만 그렇게 하게 되면 지폐의 가치가 떨어집니다. 화폐의 목적을 떠올려 보세요. 물품이나 서비스를 교환하는 것입니다. 경제에서 유통되는 총 화폐의 양이 물품이나 서비스의 총 가치보다 더 빨리 증가하면 같은 돈으로 같은 물품을 전보다 더 작은 수만큼만 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반면, 돈의 공급양은 같다고 하고 더 많은 물품과 서비스가 생산이 된다면 화폐의 가치는 증가할 것입니다. 이것을 디플레이션이라 부릅니다.

 

그러면 어떤 것이 더 좋은 상황이죠?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오면 사람들은 소비를 늘이기 시작합니다. 내일이 되면 내 통장속에 담겨있는 돈의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이것은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사람들에게 과소비나 생필품 사재기 같은 것들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사재기로 시장에 생필품이 떨어지게 되면 또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원인이 됩니다.

 

그리고 자산가격을 폭등시키게 만들죠.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나 비트코인 가격의 폭등은 모두 시장에 풀린 화폐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소위 말하는 패닉 바잉 이라는 것도 위에서 이야기한 생필품 사재기의 사례와 비슷한 원리가 동작한 것이죠.

 

반대로 디플레이션은 사람들이 돈을 더 쓰지 않게 만듭니다. 화폐의 가치가 나날이 올라가니까요. 이는 기업의 이익을 줄이고 그 결과 다수의 실업자를 만들게 됩니다. 실업자가 늘어나니 시장에서 소비는 더 줄어들고 경기는 축소되겠죠. 

 

이웃나라 일본 같은경우는 지난 20여년간 이런 디플레이션 상태에 놓여져 있었습니다. 그들이 잃어버린 20년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가 이것이죠.

 

일본 도쿄 전경, 일본은 장기간 디플레이션으로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많은 주류 경제학자들은 이런 이유로 과도한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경제를 위해 가장 좋은 것은 적절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것이겠죠. 

 

그래서 각국 중앙은행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중앙은행은 통화의 유통량을 결정하는데 다양한 경제적 데이터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물가와 실업률이 있죠. 물가와 실업률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가장 강력한 바로미터 입니다.

 

그러나 적절한 화폐 발행량을 찾고 그것을 지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의 한국은행이 그 일을 잘 해 내길 응원해야 되겠네요.

반응형
댓글
반응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