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가 오버부킹(초과예약)을 하는 이유

최근 스케일링을 위해서 치과 예약을 하고 방문했는데요. 분명히 예약을 하고 방문했음에도 15분정도 대기가 필요했습니다. 애초에 이렇게 대기를 시킬거면 예약을 받지 말았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사실 살다보면 이런 일들이 제법 있습니다. 호텔룸이 가득 차서 예약이 취소되거나 이미 결제까지 마친 비행기 티켓이 취소되기도 하죠.

 

이것은 모두 초과예약의 결과입니다. 초과예약, Overbooking 은 기업이나 기관이 전체 수량 이상으로 판매하거나 예약을 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초과예약은 종종 고객을 화나게 하기도 합니다. 뭔가 약속을 어긴 듯 한 기분을 들게 만드니까요.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 이런 초과예약을 하는것은 자원을 최적화 하고 동시에 이익을 증가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사실 모든 고객들이 약속을 잘 지키지는 않습니다. 흔히 노쇼라고 하죠. 약속 시간을 어기거나 예약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고객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기업들은 실제로 제공할 수 있는 것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예약을 받는 것입니다. 이런 초과예약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이 바로 항공사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매년 약 50,000명의 사람이 자신이 예약한 비행편에 타지 못한다고 합니다. 초과예약 때문이죠. 물론 항공사는 여러가지 통계를 통해서 몇 장의 티켓을 판매할지 결정합니다. 하지만 늘 그 결정이 완벽할 수는 없겠죠. 표를 적게 팔면 자리를 낭비하게 되고 너무 많이 팔면 손님들의 짜증을 받아내야 하고 그들에게 제공해야할 호텔 숙박비, 그리고 공짜표 등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항공사들은 어떤식으로 판매한 티켓 수량을 결정할까요? 간단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일단 항공사는 아주 장기간에 걸쳐서 정보를 수집합니다. 어떤 사람이 특정한 항공편에 실제로 나타나고 나타나지 않는지를 광범위하게 조사하죠. 가령, 어떤 항공편에서 실제 고객들이 제 시간에 도착해 비행기를 탈 확률이 90% 라는 통계를 얻었다고 생각해 보곘습니다.

 

그럼 만약 비행기에 180석이 존재하고 180장의 항공권을 판다면 162명 정도의 승객이 탑승하게 되겠죠. 이것은 평균치이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을겁니다. 더 많이 탈 수도 있고 더 적게 탈 수도 있겠죠.

 

그럼 이제 수익이라는 측면을 살펴 보죠. 항공사는 항공권을 판매해서 수입을 얻게 됩니다. 항공권을 취소하는 고객은 손실이 되겠죠. 만약 항공권 한 장당 25만원이고 이 항공권은 시간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고객의 탑승을 거부했을 때 고객의 호텔비와 다른 항공편을 준비하는 비용등이 총 80만원이 든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당연히 이 숫자들은 그저 예시일 뿐이고 실제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실제 금액은 이보다 훨씬 더 다양하겠죠.

 

이 예시에 따르면 항공권의 추가 판매가 없을 때 4,500만원의 이득이 발생합니다. 15장을 추가로 팔고 15명이 노쇼하면 4,875만원을 벌게 되겠군요. 그런데 아무도 노쇼하지 않는다면 항공사의 수익은 3675만원으로 급감합니다. 이렇게 되면 그냥 처음부터 180장만 팔았던게 나았죠.

 

그러나 항공사는 확률적인 입장에서 문제에 접근합니다. 각각의 상황이 발생할 확률을 보는 것이죠. 이 화률값에 각각의 경우마다 수익을 곱하고 그 결과를 더한 값을 195장의 항공권 판매 금액에서 제하고 나면 195장의 항공권을 모두 팔았을 때의 예상 수익을 구할 수 있겠죠.

 

이제 항공권의 수량을 달리해서 이것을 반복하면 가장 높은 수익을 낼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실제 계산은 훨씬 더 복잡할 것입니다. 항공사들은 더 정확한 계산을 하기위해 다양한 변수를 추가하고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궁금한건 꼭 초과예약을 해야 하는 걸까요? 솔직히 기분 나쁜 일이잖아요. 그들이 가지고 있지도 않은 것을 나에게 파는 셈입니다. 윤리적이지 않은 것 같이 느껴지죠. 

 

실용성과 윤리성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하는게 정답인지는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항공사와 고객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 문제에 대해 갈등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