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한국 대선이 끝나면 그 한 달 뒤 프랑스 대선이 시작됩니다. 프랑스의 대통령 선거는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4월에 있는 1차 투표에서 득표율이 가장 높은 두 후보가 5월에 2차 투표를 치르게 됩니다. 2차 투표의 승자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죠.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이번 프랑스 대통령 선거는 정말 다양한 성향의 후보들이 나왔습니다. 프랑스의 정치지형은 이전에 비할 수 없이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현재 진행형인 프랑스 대선의 현황과 주요 관전 포인트들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해 보겠습니다.

멈추지 않는 우경화

코로나로 인한 전 세계적은 팬데믹은 전 세계 좌익 진영에게 큰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한국 역시 팬데믹 발발 이후 있었던 총선에서 좌파 정당이 압승했으며 미국에서는 바이든이, 캐나다에서도 자유당이, 독일에서는 사회민중당과 녹생당이 각각 승리를 차지했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도 자유민주당 안에서는 상대적으로 온건파에 속하는 기시다 총리가 집권하게 되었죠.

 

이렇게 좌익 진영이 약진할 수 있었던 큰 이유는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가 휘청거리고 의료 관련 이슈들이 부각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최근 강력하게 부각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 등 환경이슈 역시 좌파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독일과 베네룩스 국가들은 홍수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었으며 미국 서부는 지옥같은 가뭄을 겪었습니다. 기후위기에 강력한 대응을 주장하는 좌파들에게 힘이 실리는 것이 당연하겠죠.

 

프랑스 이민자 갈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나 프랑스 정치는 이런 전세계적 트렌드와는 살짝 벗어나 있습니다. 사실 지난 몇년간 프랑스의 정치판은 지속적으로 우경화를 겪고 있습니다. 현재 대통령이자 차기 대선에서도 굳건한 지지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은 스스로를 중도 우파라고 표방하고 있으며 현재 지지율 2위에서 부터 4위까지의 후보들 역시 모두 우파 후보로 분류되는 인물들입니다. 우익 후보의 지지율을 모두 합치면 70% 넘는다고 합니다.

 

프랑스 국민들이 이처럼 극도로 우경화 되고 있는 배경에는 이민자 문제가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민자 문제는 다른 유럽 국가들도 비슷하게 겪고 있기는 하지만 프랑스는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2020년에 프랑스 남부의 도시인 니스에서 칼부림 사건이 있었고 같은 해에 중학교 교사인 사뮈엘 파티가 살해되는 사건까지 일어나면서 이민자와 테러리즘에 대한 경각심이 팬데믹과 환경문제에 덮이지 않은 것입니다.

 

그리고 프랑스 자체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무슬림 이민자가 많은 것도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 이민자들은 프랑스 백인 사회에 동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무슬림 인구는 프랑스 전체 인구의 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 상대적으로 프랑스는 환경 이슈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들 보다는 사정이 좋은 편입니다. 탈원전을 선언한 이웃나라 독일과는 달리 프랑스는 전체 전력의 80% 가까이를 원자력을 통해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미 화석연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작년 다른 국가들을 덮쳤던 이상기후 현상도 프랑스 내에서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자연히 국민들의 관심이 떨어질 수 밖에 없지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게다가 프랑스의 우파 후보들은 좌파 진영의 주요 담론들을 상당 수 흡수하고 있습니다. 마크롱같은 경우는 중도 우파를 표방하는 지금도 여전히 대부분의 사회적 이슈에 있어서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공화당의 페크레스는 스스로를 환경주의자라고 규정했습니다. 극우 후보로 꼽히는 마린 르펜 역시 경제적으로는 좌파적 정책을 펼치겠다고 나서는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 좌익 진영은 극심한 분열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 뛰어든 여섯명의 후보들은 얼마되지 않은 지지율을 나눠 가고 있지만 단일화에는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관전 포인트

현재 상황만을 놓고 보면 대선의 결과는 마크롱의 재선이 뻔해 보입니다. 그는 전체 지지율 1위 자리를 확고하게 지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양자대결에서도 역시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을 뒤흔들 수 있는 몇 가지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첫째는 경제입니다. 물론 프랑스는 작년 7%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팬데믹 이전의 경제 규모로 회복하는데 거의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치솟는 물가와 부동산, 특히 에너지 가격이 민생에 큰 타격을 주고 있으며, 만약 남은 두달 동안 물가가 안정되지 못한다면 마크롱은 지지층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둘째는 극우 후보들간의 경쟁입니다. 극우 후보로 꼽히는 에릭 제무르와 르펜은 서로를 견제하며 기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극우 후보들 간의 단일화는 사실상 실패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역사상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프랑스의 극우 세력이 정작 결선에는 진출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셋째는 좌익 세력의 결집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좌익진영은 현재 6명이나 되는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고 단일화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카리스마 있는 후보가 좌익 진영을 통합해 대선에 나선다면 그 결과는 충분히 달라질 여지가 있습니다.

 

푸틴과 마크롱 대통령간의 정상회담

마지막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위기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문제에 해결을 위해 푸틴과 대화에 나섰다가 별 소득 없이 돌아오는 굴욕을 겪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진행에 따라 프랑스 내부의 극좌와 극우, 친러와 반러, 고립주의와 개입주의, 친 나토와 반 나토 등 다양한 어젠다가 대선을 뒤흔들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겠지요.

 

한국과 한 달의 격차를 두고 일어나는 프랑스의 대선은 한국 대선 못지않게 흥미진진 합니다. 두 나라 모두 세계적인 혼란의 시기 속에서 국가 지도자를 결정해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과연 양국의 미래를 책임질 지도자는 누가 될까요? 

반응형
댓글
반응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