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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45년, 오키나와 현에서 미군과 일본 제국군 간의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이 전투는 태평양에서 가장 유혈이 낭자한 전투 중 하나로 간주되어 인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거의 15만명의 오키나와인이 사망했습니다. 광범위한 파괴와 특히 식량의 도난 또는 고의적인 파괴로 인해 수많은 민간인이 굶주렸고, 전쟁 후 정상적인 식단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불과 4년 후인 1949년 미국 국립 기록 보관소의 데이터에 따르면 오키나와인의 섬취 칼로리 중 85%가 탄수화물에서 비롯되었으며 고구마는 전체 칼로리의 69%, 생선은 1%를 차지했습니다. 수십 년 후 2016년 논문에서는 오키나와인의 1949년 전후 식단은 설치류의 수명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된 실험적인 고탄수화물 식단과 유사한 단백질 대 탄수화물 비율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다가 2019년 1월에 이 논문을 언급하는 BBC 기사가 "오키나와인들이 장수하는 이유는 고탄수화물 식단 때문"이라는 제목으로 나옵니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태풍에 강한 덩이줄기인 고구마를 꽤 많이 먹었습니다. 그러나 전쟁 직후의 식단으로 오키나와 사람들의 장수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요?
2.
"불안, 우울증과 관련된 고지방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샆벼 보겠습니다. 기사의 기반이 된 연구를 살펴보면 그들이 사용한 고지방 식단에 단백질 20%, 지방 45%, 탄수화물 35%가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상대적으로 고지방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러나 탄수화물의 절반은 당류입니다. 무게로 보면 거의 순수한 설탕이 지방만큼 많습니다. 이 식단이 지방의 효과를 제대로 평가 할 수 있을까요?
현대 생물학은 엄청나게 복잡합니다. 주어진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질병 위험을 잠재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다른 모든 식품 및 유전자의 영향으로부터 질병 위험에 대한 한 식품 또는 유전자의 영향을 분리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3.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단백질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하는 목표 중 하나는 인슐린을 낮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탄수화물을 단백질과 지방으로 대체한 식단을 섭취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단백질은 인슐린 수치를 높이는 것 같습니다.
Benjamin Bikman 박사의 연구를 살펴보면 포도당 주입을 받은 개에게 단백질의 일종인 아미노산 알라닌이 주어졌을 때 인슐린 수치가 급증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백질이 인슐린을 높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포도당을 섭취하지 않은 개는 인슐린이 눈에 띄게 변화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포도당과 함께 섭취된 단백질이 인슐린을 수치를 높인다는 사실은 당뇨병 환자들에게 단백질이 위험하다는 식의 가짜 뉴스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스테이크와 샐러드만 먹은 사람과 햄버거빵 사이에 스테이크를 끼워서 먹고 감자튀김을 곁을인 사람의 생리적 효과는 완전히 다를 것입니다.
4.
우리 모두는 심장병을 예방하기 위해 소위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는 LDL 수치를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LDL이 높은 HDL과 낮은 중성지방 수치를 가진 사람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보고합니다. 즉, HDL이 높고 중성지방이 낮으면, 높은 나쁜 콜레스테롤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높은 LDL 을 가진 사람들 중 낮은 HDL과 높은 중성지방 수치를 가진 사람들 만이 사망률이 높았습니다. 반대로 높은 LDL 수치를 가진 사람이라도 높은 HDL과 낮은 중성지방 수치를 가진 사람은 사망률이 낮았습니다.
5.
2013년 메타 분석에 따르면 하루에 달걀을 한 개 이상 먹는 사람들은 거의 먹지 않는 사람들보다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42% 더 높았다고 설명합니다. 메타 분석이 하는 일은 여러 연구의 데이터를 모아 보다 정확한 결론을 내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과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참조된 연구를 실제로 파헤치는 번거로운 작업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위 연구에서 참조한 연구들 중에는 계란 소비와 당뇨병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이 없음을 시사하는 연구도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위의 메타 분석은 모든 데이터를 조건에 상관없이 통합함으로서 "달걀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하루에 1개 이상의 달걀을 먹는 사람들은 제2형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42% 더 높다." 라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이것이 좋은 생각일까요?
6.
달걀이 가진 악명 중 또 하나는 계란이 가진 지방과 콜레스테롤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심장병을 일으킨다는 이론에서 비롯된 것이죠.
이 이론에 대한 첫 번째 단서는 Nikolai Anichkov의 연구에서 나옵니다. Anichkov는 토끼에게 콜레스테롤을 먹이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매우 높아지고 죽상경화증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토끼는 초식 동물이며 자연적으로 섭취하는 콜레스테롤은 0밀리그램 입니다. 애초에 콜레스테로를 섭취하지 않는 동물인 거죠.
당연하게도 동물을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모델로 사용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7.
Malcolm Kendrick 박사는 그의 책 "Doctoring Data"에서 "초콜릿에서 발견되는 화학 물질이 심장병을 예방한다"는 헤드라인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다크 초콜릿에서 발견되는 카테킨과 프로시아니딘은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ACE) 효소를 억제합니다. ACE가 차단되면 혈압이 떨어집니다.” 이것이 실제로 혈압 강하제가 작동하는 방식이므로, 설득력 있는 헤드라인과 설득력 있는 추론이 됩니다.
유일한 문제는 실제 임상 효과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코코아 추출물을 복용한 사람들에게는 실제 혈압 강하가 없었습니다.
반대로 어떤 음식에 들어 있는 화합물이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져 음식 자체가 질병을 유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리된 고기의 헤테로사이클릭 아민이 암을 유발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그러나 이러한 헤테로사이클릭 아민이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는 설치류에 인간이 섭취하는 정상 양의 1000~100,000배에 해당하는 양의 HCA를 제공한 경우에 대한 것입니다.
8.
아마 여러분은 레드 와인이 심장병을 예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여러 연구들은 대부분이 적포도주에 함유된 화합물, 즉 폴리페놀과 레스베라트롤을 보고 있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적포도주 한 잔에 해당하는 폴리페놀이 쥐의 심장병에 유익한 효과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이, 알코올이 함유된 레드 와인 한 잔 자체가 인간의 심장병을 예방한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적포도주 레스베라트롤은 유망한 노화 방지 효과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슬픈 소식은 하루에 약 1000병의 포도주를 마셔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9.
요점은 "이러한 식품이 질병을 예방하거나 유발한다"와 같은 주장은 "이러한 식품에 들어 있는 화합물이 질병을 예방하거나 유발한다"와 같은 주장과 매우 다르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은 대부분 하나의 성분으로 이루어 져 있는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들의 식단은 변수가 너무나 많고 통제하기 힘들며 동물 연구는 여러가지 이유로 인간에게 바로 적용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미디어는 하나의 작은 연구 결과를 가지고 호들갑 떨기를 좋아하죠
이 때문에 영양학 연구의 결론은 계속 바뀌는 것 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각종 매체를 통해 얻는 수많은 영양학 지식을 걸러 들을 필요가 있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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