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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새로운 신분제

중국에는 두가지 신분이 존재합니다. 농민과 시민입니다. 이것을 호구제도라고 합니다. 중세 봉건 국가도 아니고 공산주의국가인 중국에 웬 신분이 존재하냐 싶겠지만 이 호구제는 실제로 봉건시대의 신분제처럼 동작하고 있습니다.

 

중국 호구

도시 호구를 가진 시민은 도시에 살고 농촌 호구를 가진 사람은 농촌에서만 살게 됩니다. 마치 봉건시대 농노들이 자신이 태어난 영지를 평생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이처럼 법으로 거주지 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현대 중국에서는 여전히 가능합니다.

 

이 제도가 생겨난 이유는 농촌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입니다. 이 법은 1958년 마오쩌뚱이 도입했고 부분적인 변경들이 존재했지만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물론 진짜 중세시대 농노들 처럼 농민들이 다른 지역에 간다고 해서 구속이 되거나 벌금이 나오거나 하는 그런 종류의 법은 아닙니다. 다만 그들에게는 생존에 필수적인 사회 보장이 안되는 것이죠. 가령 예를 들자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없고, 의료보험 따위가 가입이 안되고, 자동차나 집을 살 수 없습니다. 당연히 농민들은 도시에서 생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중국도 급격한 산업화를 겪으며 도농간의 소득격차가 발생하게 되었고 농촌의 청년들 역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도시로 진출하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호구 없이 도시에서 일하는 농촌 사람들을 농민공이라고 하는데 이들의 숫자가 거의 3억명에 육박한다고 하니 당연히 엄청난 사회적 문제입니다.

 

중국 도시의 노동자들 이들은 대부분 농민공이다

호구제도의 끝판왕은 베이징 호구입니다. 베이징에서 태어나지 못한 사람이 베이징 호구를 받으려면 약 800위안(한화 약 15억원)이상 베이징에 투자하거나, 베이징 호구가 있는 사람과 결혼하거나, 베이징에서 대학교를 나온 후 군 복무를 마쳐야 합니다. 이쯤되면 호구라는 것이 사실상 한 국가의 시민권과 비슷한 취급을 받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농민공은 불체자에 비유할 수 있겠네요. 즉, 중국에는 자국민 불체자가 3억명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러다 보니 베이징 호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결혼시장에서 인기가 상당히 높습니다. 지방사람이 베이징 사람과 결혼하게 되면 배우자도 베이징 호구를 가지게 되니까요. 지방의 대도시도 베이징 만큼은 아니지만 비슷한 사정입니다. 

호구제도 개선

이렇다보니 중국정부도 호구제도의 사회적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019년 부터 중국정부는 인구 3백만명 이상의 도시에도 농촌 사람들이 호구를 옮길 수 있도록 허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베이징이나 상해같은 인구 1000만명 이상의 대도시는 여전히 이주가 불가능 합니다.

 

또한 아무나 쉽게 호구이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해외유학을 했거나, 대학을 졸업하고 그 지역에 취업을 했거나, 45세 미만이면서 고졸 이상의 이공계 취업자에게만 호구이동이 허락됩니다. 그러니까 잘 교육받고 괜찮은 직장이 있는 사람에게만 호구이동이 허락된 것입니다. 

완화의 이유

사실 이렇게 호구제도를 완화할 수 밖에 없엇던 데는 숨겨진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중국의 부동산 경기침체입니다.

 

부동산 개발로 건설된 수많은 아파트들, 빈집 문제가 심각하다

아시다시피 중국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이어가고 있고 외환보유고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이었죠.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었습니다.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 돈을 풀면 위안화의 가치는 하락하게될텐데 중국은 달러대비 위안화의 환율이 떨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죠. 이를 막으려면 달러가 필요한데 외환 보유고는 줄어들고 있으니 결국 중국은 이전처럼 정부차원에서 돈을 푸는 것이 점점 어려워 졌습니다.

 

지금까지 중국경기의 상당부분은 중앙정부가 푸는 돈에 의존해 왔습니다. 전국에 고속철을 깔고, 도로를 만들고, 부동산 개발을 하면서요. 그런데 그것이 거의 한계에 도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정부에서 돈을 풀지 않으니 제일 큰 문제는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제대로 된 소득이 있는 농민들이 도시호구를 가지면 도시에서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게 되죠. 지방도시에 텅텅비어있는 부동산을 이들이 사주면 부동산 경기가 유지될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죠.

 

그러나 지난 헝다 사태에서 보듯이 너무 커져버린 부동산 거품은 중국경제에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지난 몇년간 엄청난 부동산 시장의 급등을 겪은 우리나라도 이 문제에 있어서는 앞으로 비슷한 문제를 겪게 될 수도 있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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